울산 남구가 2023년 지역 최초로 도입한 노상공영주차장 무인주차시스템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 올가을이면 무거동과 삼호동에도 선보일 예정이다.

  이번에 도입되는 장소는 울산대학교 인근으로 아파트 단지와 상가가 밀집해 있는 옥현로, 무거천·삼호곱창거리와 인접한 어은로이다. 매일 주차 공간 부족으로 주민들과 상가 이용객, 산책객들이 주차 전쟁을 벌이고 있는 남구의 대표적인 교통 취약지역이다.


  이 두 곳은 도로변에 노상공영주차장이 설치돼 있지만 만성적인 장기 주차와 불법주정차로 인해 정작 상권 이용객들은 주차난을 겪고 있다. 점심시간에 주차 공간이 없어 좁은 골목을 빙빙 돌다가 결국 가게 코앞에서 차를 돌렸다든지, 차를 댈 곳이 없어서 그 동네 식당은 잘 안 가게 된다는 불만이 커지고 있다.

  주차 문제는 결국 지역 상권 침체로 연결될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지역 상권에서는 이번에 설치되는 노상공영주차장 무인주차시스템에 대한 기대가 큰 상황이다.

  노상공영주차장 무인주차시스템은 바닥에 설치된 제어장치로 주차 차량을 자동 인식해 입·출차 내역을 관리하는 주차 서비스다. 차량이 진입하면 바닥에서 장애물이 올라오고 QR코드나 무인정산기를 통해 요금을 결제해야만 출차가 가능한 구조여서 불법주정차나 장기 점유를 방지하는 데 효과적이다.

  또 주차 관리자를 별도로 두지 않아도 돼 인건비 절감은 물론 기존 노상공영주차장의 요금 정산 민원, 근무자 안전사고 위험 문제 해소에도 도움이 된다.

  단순한 기계 설치 차원을 넘어 주차 질서 확립과 상권 회복이라는 두 축을 동시에 고려한 전략적 정책인 셈이다.

  이는 선도적으로 무인 시스템이 도입된 남구 신정동, 삼산동 일원의 변화만 봐도 알 수 있다.

  2023년부터 운영된 신정시장 앞과 신정로 노상공영주차장의 경우, 이전에는 인건비 부담으로 연 수천만원의 적자를 기록했지만 무인화 이후 운영 수입과 지출이 균형을 이루면서 수지 개선이 이뤄졌다.

  그뿐만 아니라 주차면 회전율이 높아지자 인근 식당과 상점가로 유입되는 유동 인구가 증가했고 상인들은 "예전보다 손님들의 재방문이 늘었다"는 체감 변화도 전하고 있다.

  무인주차시스템의 가장 큰 장점은 '공간을 비우는 힘'에 있다. 장기 주차 차량이 자리를 차지한 채 방치된 구조에서는 주차장으로서의 공공성이 훼손되지만, 출차를 위한 정산이 전제가 되는 시스템 안에서는 주차 공간이 다시 '돌아가기' 시작한다. 이는 상권 입구를 막았던 보이지 않는 벽을 허무는 것이며 상점 접근성을 개선하는 데도 직결된다.

  무인화는 물론 만능이 아니다. QR결제가 익숙하지 않은 세대를 위한 홍보와 안내, 고장 시의 민원 대응 체계, 주차 요금에 대한 주민 수용성 확보 등의 과제도 남아 있다. 하지만 '방치된 공간을 회전할 수 있는 공공자원으로 전환한다'는 무인시스템의 방향은 분명하다. 나아가 앞으로는 시간대별 이용 데이터를 바탕으로 탄력적 운영, 점심시간 주차요금 할인, 상권별 맞춤 요금제 등의 정책 도입도 검토할 필요가 있겠다.

  공공주차장이 단순한 공간이 아니라 지역의 흐름을 살리고 골목상권에 생기를 불어넣는 거점이 되는 것. 남구의 이번 정책은 주차장에 '질서'와 '생산성'이라는 가치를 더하며 도시의 일상을 조금씩 바꿔가고 있다. 무인주차시스템의 확대가 단순한 기술적 전환을 넘어 지역 주민 모두가 체감할 수 있는 생활 개선, 상권 활성화의 시작점이 되길 기대한다. 이소영 울산 남구의회 복지건설위원장

출처 : 울산매일 - 울산최초, 최고의 조간신문(www.iusm.co.kr)